PART 2 다양한 종류의 전지 - 2차전지
학습 포인트 |
민수용으로 사용하는 1차전지와 2차전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1차전지에서는 건전지, 알칼리-망간 전지, 리튬 전지의 구성 성분과 성능에 대하여 학습하고, 2차전지에서는 납축전지의 특성과 시장, 니카드전지의 장점과 시장에 대해 알아본 후 니카드전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니켈 수소 전지에 대하여 학습한다. 2차전지 시장을 산업용에서 휴대 전자기기용으로 팽창시킨 전지인 밀폐형 니카드전지의 원리를 학습한다. 또한 중국형 전지인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와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를 학습함으로써, 리튬 이온 전지에도 다양한 전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개념 맵 |
1. 전지의 분류
전지는 [그림 1-1]의 전지 분류표에서 보는 것처럼 1차전지(primary battery)1와 2차전지(secondary battery)2로 분류한다.
1차전지1 캔 속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면 버린다는 의미로 disposable battery라고도 한다.
2차전지2: 캔 속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면 충전으로 재사용한다는 의미로 rechargeable battery라고도 한다.
건전지와 이를 개선한 형태인 알칼리 전지는 아연 음극과 이산화망간 양극을 사용하는 전지로 전압이 1.5V이다. 음극을 아연에서 리튬으로 바꾸면 전압이 2배 상승한 3V가 된다. 건전지의 음극인 아연 금속은 컵 모양으로 되어 있다. 아연을 디프 드로잉(deep drawing)3이나 충격 드로잉(impact drawing)4방식을 이용해 컵 모양으로 만든다.
디프 드로잉3: 금속 판재를 금형에서 펀치로 눌러 컵 모양으로 만드는 소성 가공법이다. 총알 탄피를 만들 때 사용한다.
충격 드로잉4: 동전 모양의 금속 덩어리를 고속으로 두들겨 컵 모양으로 만드는 소성 가공법이다.
[그림 1-2]는 건전지의 구조다. 아연 음극 컵 내부를 분리막으로 감싼 후 양극인 이산화망간 분말을 전해액과 섞어 넣는다. 전해액으로는 염화암모늄(NH
건전지의 용량과 출력을 증대시킨 전지가 알칼리-망간 전지이다. 간단하게 알칼리 전지라고 한다. 알칼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전해액으로 알칼리 용액인 KOH 수용액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KOH 수용액은 전해액 중에서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다. 전해액을 이온 전도도가 높은 KOH 수용액으로 교체하자, 전지 구조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음극에 아연 컵을 사용하면 전해액이 요구하는 출력에 대응할 수 없어 아연 분말을 사용해야 했고, 아연 분말 음극에 집전체로 황동을 꽂았다. 아연 분말을 사용하면, 양극과 음극의 위치가 바뀌게 되는데, 이는 건전지의 음극 위치에 양극이 오고, 양극이 음극과 음극 집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태로 금속캔에 들어간 구조이다. 이것을 역구조(inside-out)라고 한다. [그림 1-3]은 알칼리-망간 전지의 내부 구조이다.
[그림 1-4]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상자 모양의 9V 건전지는 1.5V 건전지 6개를 내부에서 직렬연결한 것이다. 건전지는 전해액이 겔 형태이므로 내부에서 직렬연결한 구조가 가능하다. 전해액이 액체인 경우는 9V의 높은 전압에서 전해액이 분해된다.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하는 리튬 1차 전지는 리튬 금속이 전해액에 녹는 현상을 해결하면서 상업화가 가능해졌다. 리튬 금속 표면에 이온 전도성 피막인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필름을 형성하여 리튬 금속을 전해액의 공격에서 방어할 수 있었다. 리튬 1차 전지는 용도에 따라 민수용과 군사용으로 구분한다. 군사용은 성능이 우수하지만, 안전성은 좋지 않다. 규정을 잘 지키는 군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지이다. 민수용 리튬 전지는 1970년대에 일본에서 개발한 것으로 자동카메라에 사용하면서 히트 상품이 되었다. Sanyo는 양극에 이산화망간을 사용한 3V의 리튬 전지를 개발했다. 이산화망간은 건전지와 알칼리 전지의 양극에 사용하는 소재이다. 리튬 전지에서는 수분 함량을 최소한으로 줄인 이산화망간을 사용한다. Sanyo의 경쟁사인 Panasonic은 Sanyo의 리튬 전지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리튬 전지를 개발한다. 양극에 불소를 사용한 전지다. 불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이므로 Panasonic은 불소를 카본에 인터컬레이션하여 양극 소재로 사용했다.
2차전지는 전해액으로 황산 수용액, 알칼리 수용액, 유기 용매를 사용한다. 전해액에 따라 [표 1-1]처럼 분류할 수 있다. 납축전지와 니카드전지는 19세기에 개발한 고전 전지이다. 니카드전지가 개발된 지 90년 이상이 지나서야 새로운 2차전지가 탄생했다. 1990년과 1991년에 개발한 니켈 수소 전지와 리튬 이온 전지를 현대 전지라고 한다.
국내 전지산업계는 리튬 이온 전지 위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납축전지와 리튬 이온 전지만 만든다. 사람으로 치면 지독하게 편식하는 것이다. 다른 전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으며, 관심을 갖는 사람도 드물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지에서도 균형 잡힌 지식과 정보가 중요하다.
2. 납축전지
자동차 엔진룸에는 [그림 1-5]와 같은 상자 형태의 전지가 있다. 이것이 SLI5용 납축전지이다. 2V 납축전지 6개를 직렬연결하여 12V의 전지를 만든 것이다.
SLI5: Starting, Lighting & Ignition의 약자이다.
납축전지는 똑바로 세워서 사용하므로 전해액이 높은 전압에서 분해될 염려가 없어 이러한 구조가 가능하다. SLI용 납축전지는 시장이 가장 크다. 성능이 우수한 리튬 이온 전지도 이 시장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금속 소재가 많이 들어 있는 리튬 이온 전지는 엔진룸의 혹독한 온도 환경 조건에서 소재가 변할 수 있다. 자동차 SLI용 전지 외에, 전동 지게차, UPS6라고 하는 비상 전원, 잠수함, 골프 카트가 납축전지의 주요 시장이다.
UPS6: Uninterruptible Power Supply의 약자이다.
골프 카트의 운전석 시트를 들면 [그림 1-6]처럼 전지가 들어 있다. 48V 타입과 72V 타입이 있는데, 48V 타입은 용량이 120Ah이고, 72V 타입은 용량이 80Ah이다. 리튬 이온 전지가 바로 이 골프 카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납축전지 골프 카트는 충전 시간이 길어 회전율이 떨어지고, 겨울에 언덕 주행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국내 골프장에 언덕이 많고 겨울에도 골프를 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격은 높지만 편리한 리튬 이온 전지로 교체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골프 카트에 리튬 이온 전지를 채용하면서 발화 사고도 늘고 있다. 충북 충주시 대영 골프장은 골프 카트 20대를 리튬 이온 전지로 교체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2016년 5월 저녁, 리튬 이온 전지로 교체한 골프 카트에서 충전 중 연기가 나면서 불이 났다. 작은 불은 크게 번졌고 74대 중 35대가 전소했다. 대영 골프장에서 발화 사고를 일으킨 전지는 배터리팩 회사가 국내 대형 전지 회사로부터 구매하여 48V 배터리팩으로 조립한 것이었다. 전지 회사와 배터리팩 업체 간에 책임 공방이 있었지만, 책임은 배터리팩 업체의 몫이었다.
전지에서 전해액은 전지 반응에 관여하지 않지만, 납축전지에서는 다음 전지 반응에서 보는 것처럼 전해액이 전지 반응에 관여한다.
전해액이 전지 반응에 관여한다는 것은 충·방전이 진행되면서 전해액의 농도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도의 변화는 비중의 변화로 나타나 전해액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전해액 분리는 성능 열화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전해액 분리를 막기 위해 새로운 납축전지가 개발되었다. 유리 섬유 분리막을 사용하여 전해액 분리에 의한 성능 열화를 막은 것이다. 이것을 AGM7납축전지라고 한다. AGM 납축전지를 분해하면 자유 전해액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해액이 분리막에 흡수되어 있다. AGM 납축전지는 SSA8 기능을 하는 48V Mild HEV의 주력 전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 납축전지보다 3배 이상 비싼 고급 전지이다.
AGM7: Absorbent Glass Mat의 약자이다.
SSA8: Stop Start Application의 약자이다.
납축전지는 과방전을 하면 문제가 생기는 전지이다. 자동차를 주차장에 장기간 방치하면 자가 방전에 의한 과방전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과방전이 되면 집전체 역할을 하는 납으로 된 그리드와 전극 간의 계면 저항이 비가역적으로 증가한다. 이것을 황산화(sulfation) 현상이라고 한다. [그림 1-7]은 황산화로 부식된 납축전지의 모습이다.
납축전지의 평균 전압은 2V이고, 충전 시에는 2.4V까지 전압이 올라간다. 물의 전기분해 전압인 1.23V보다 높은 전압이지만, 반응 속도 장벽(kinetic barrier)으로 가스 발생이 억제된다. 납축전지는 무거운 전지 중 하나이므로, 전지가 무게 중심 역할을 하는 전동 지게차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림 1-8]은 전동 지게차에 사용하는 납축전지이다. 가벼운 전지인 리튬 이온 전지를 전동 지게차에 사용하면, 무게추 역할을 하는 납덩어리를 더 넣어줘야 한다.
[그림 1-9]는 UPS용 납축전지이다. 비상 전원인 UPS는 5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비상 상황에서는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이것을 신뢰성이라고 한다. UPS에서는 성능보다 전지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신뢰성은 역사와 비례한다. UPS처럼 신뢰성이 중요할 경우에는 역사가 가장 긴 전지인 납축전지가 호평을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우수한 성능을 무기로 삼아, UPS에 사용하는 납축전지를 리튬 이온 전지로 교체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다 어렵게 들어간 UPS 시장에서 발화 사고를 낸다. 신뢰성이 중요한 시장에서 발화 사고까지 내자 신뢰성에 금이 가고 만다. UPS는 항상 만충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전지는 미사용 시 자가 방전으로 용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류 충전(trickle charging)9으로 만충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세류 충전9: 전지의 자가 방전율과 동일한 속도로 충전하는 충전 방식이다.
세계 어디에 가도 구할 수 있는 전지가 납축전지이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 사용하는 납축전지와 아프리카에서 사용하는 납축전지는 전해액의 농도가 다르다. 지역에 따라 적절한 전해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해액을 주입하지 않은 상태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현지에서 지역 기후에 맞는 전해액을 주입하여 전지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납축전지 업체로는 세방전지와 아트라스BX가 있다. 이들은 꾸준히 흑자를 내면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납축전지의 고급 시장은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물에 반쯤 잠겨서 간다. 이때는 디젤 엔진으로 움직이는데, 엔진의 회전력으로 발전기가 돌면서 전지를 충전한다. 작전을 할 때에는 물속으로 들어가 전기 모터로 가동된다. 잠수함에 사용하는 배터리는 900V 전압에 용량이 10,000Ah나 되는 초대형 전지이다. 납축전지 1개의 크기가 가로 30cm, 세로 30cm, 높이 150cm이다. 잠수함은 3~5년을 주기로, 만들어진 고향, 즉 현대중공업과 같은 업체로 돌아가 전지를 교체한다. 이때 전지 비용이 수억 원에 달한다. 잠수함에서 전지는 승무원 숙소 아래에 있다.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숙소 아래에 무거운 전지를 설치한 것이다. 잠수함은 물속에서의 침몰을 막기 위해, 기울어졌을 때 오뚝이처럼 중심을 유지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잠수함의 납축전지를 리튬 이온 전지로 교체하면 무게 중심이 달라져 침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잠수함을 설계하지 않고 제조만 하고 있으며, 이때 설계도는 독일에서 가져온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잠수함에 사용하는 납축전지를 리튬 이온 전지로 교체하려고 전지 사업을 추진했지만, 잠수함 설계 데이터가 없어서 중도에 포기한다. 잠수함의 무기인 어뢰 역시 모터로 프로펠러를 돌려 목표물까지 움직이므로 전지가 필요하다. 어뢰용 전지에는 물 활성 전지10가 사용된다.
물 활성 전지10: water-activated battery라고 한다. 어뢰를 쏘기 전에 물을 넣으면 잠자고 있던 전지가 깨어나 활성화된다.
1859년 개발된 납축전지가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러 장점 중 하나가 가격인데, 납축전지는 납으로 된 전지이기 때문에, 다 쓰고 나면 리사이클로 납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낮은 가격을 유지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3. 니카드전지
히틀러가 1945년 4월 30일 권총으로 자살하자, 독일은 5월 2일 항복을 선언하면서 유럽에서의 전쟁은 이렇게 끝난다. 독일이 패망한 후로도, 일본은 8월 15일까지 버틴다. 일본 오사카항에는 독일 잠수함인 유보트가 정박해 있었고 독일이 연합군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보트 선원들은 잠수함을 버리고 도망간다.
오사카에는 Panasonic이 있다. Panasonic은 건전지와 납축전지를 만들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본은 비행기와 군함은 물론이고 항공모함까지 만들면서 영국에 이어 세계 제2의 해군력을 자랑했지만, 전지 산업은 낙후되어 있었다. Panasonic의 전지 기술자는 남겨진 유보트에서 니카드전지를 발견했다. 그 당시 최고의 전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니카드전지를 실제로 대하게 된 Panasonic 기술자들은 감격했다. 그들의 감격은 니카드전지 개발에 대한 집념으로 승화된다. Panasonic은 유보트의 니카드전지를 분해공학(reverse engineering) 방식으로 분석하여 자체 개발에 성공한다. 이것이 일본 전지 산업의 시발점이다. 일본의 전지 산업은 Panasonic, Sanyo가 있는 오사카가 중심지이다. 오사카는 관서 지방의 도시이다. 1991년 관동 지방인 도쿄에 있는 Sony가 전지 사업에 진출하자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일본의 관동 지방과 관서 지방은 우동 국물까지 다를 정도로 문화에 있어 차이가 난다.11
관동 지방의 우동 국물은 짙은 간장색이고, 관서 지방은 키츠네색이다. 키츠네가 여우를 의미하므로 여우털처럼 옅은 갈색빛을 말한다.11
1899년 스웨덴의 Waldemar Jungner가 개발한 니카드전지는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이 개발한 니켈-철 전지와 경쟁했다. 이 경쟁에서 니카드전지의 손을 들어준 회사가 독일의 Varta와 프랑스의 SAFT이다. Varta와 SAFT는 니카드전지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니카드전지 시대를 활짝 열게 되었다. 니카드전지는 1990년과 1991년에 니켈 수소 전지와 리튬 이온 전지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고급 2차전지 시장을 주도했다. 니카드전지는 음극에 카드뮴(Cd) 금속을, 양극에 니켈 화합물(NiOOH: Nickel oxy-hydroxide)을 사용하고 전해액에는 KOH 수용액을 사용한다.
방전이 되면 양극인 NiOOH에 수소 원자가 붙어 Ni(OH)
초기에 니카드전지는 구멍이 뚫린 금속 케이스에 활물질을 넣은 포켓 타입이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후에 소결 타입 전극이 개발되면서 성능이 획기적으로 올라갔다. 전극이 소결 타입으로 되면서 메모리 효과가 발현된다. 전기면도기처럼 매일 일정 용량을 사용한 후 충전하면 전극에 계면이 생겨, 매일 사용하던 용량 이상을 사용하게 되면 방전이 되지 않는다. 이것을 메모리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있는 전지는 강제 방전시키면 메모리 효과가 없어진다.
Sanyo는 1960년에 과충전 방지 기구인 산소 재결합 기구(oxygen recombination mechanism)를 이용하여 밀폐형 소형 니카드전지를 개발했다. 과충전 시 양극에서 발생한 산소가 음극에 흡수되어, 과충전을 방지하면서 가스 발생을 막는 것이 산소 재결합 기구이다. 소형 니카드전지의 개발로 2차전지 시장은 산업용에서 휴대 전자기기용으로 팽창하게 된다. [그림 1-10]은 Sanyo가 개발한 소형 니카드전지이다.
니카드전지는 균형 잡힌 성능으로 만능 전지(universal battery)에 접근해 있는 전지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우수한 전지였다. 만능 전지는 모든 용도에서 경쟁력 있는 전지로, 전지를 개발하는 사람의 최종 목표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니카드전지는 약점을 드러낸다. 음극에 사용하는 카드뮴 금속이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타이는 아프다는 뜻의 일본어이며, 그만큼 고통스러운 병이라는 의미이다.
전지산업계는 수소저장합금으로 카드뮴을 교체한다. 니카드전지에서 음극의 카드뮴을 수소저장합금(hydrogen storage alloy)으로 교체한 전지가 니켈 수소 전지이다. 전압을 비롯한 전기적 특성은 니카드전지와 차이가 없다. 니켈 수소 전지란 용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 전지(Ni-MH: Nickel Metal Hydride battery)라고 해야 한다. 니켈 수소 전지(nickel hydrogen battery)는 연료전지와 니카드전지를 결합한 형태의 대형 전지이다. 우리나라에는 니켈 수소 전지가 없어서 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 전지를 니켈 수소 전지라고 하는 것이다.
수소는 기체 상태로 200배까지 저장할 수 있고, 액화시키면 부피가 줄어들면서 800배까지 가능하다. 수소저장합금은 수소를 1,000배까지 저장할 수 있다. 수소저장합금은 발열 반응의 물질(A)과 흡열 반응의 물질(B)을 합금으로 만들어 수소가 출입하는 온도와 압력을 조정한 물질이다. 전지에는 AB
니켈 수소 전지는 니카드전지보다 용량이 크고 수명도 길지만 무겁다는 것이 단점이다. 고온 성능이 좋지 않아 노트북에 사용하면 성능 열화가 심하다. 1990년대 Toyota, Honda, Ford가 개발한 새로운 형태의 HEV인 동력 지원 하이브리드자동차는 고출력 펄스 파워를 요구한다. 그래서 Toyota, Honda, Ford는 HEV 요구 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지가 필요했다. 이에 여러 업체의 니켈 수소 전지를 평가했으나, 일본의 Sanyo와 Panasonic이 개발한 니켈 수소 전지만 HEV의 요구 특성을 만족했다. Toyota는 1996년 Panasonic과 PEVE12라는 HEV용 니켈 수소 전지 합작회사를 만든다. Sanyo는 2009년 12월, 경영 악화로 Panasonic에 흡수합병된다. 합병에 따른 법적 문제를 없애기 위해 PEVE에서 P는 Panasonic에서 Primearth의 약자로 변경된다. Toyota는 PEVE에서 니켈 수소 전지를 공급받았고, Honda와 Ford는 Sanyo에서 공급받았다. Sanyo는 미국 회사인 Ford에는 전지를 비싸게 팔았다. 이렇듯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전지를 일본의 Sanyo와 Panasonic에 의존하면 시장 팽창에 한계가 있다. 전지산업계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리튬 이온 전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니켈 수소 전지는 음극에 희토류 금속이 들어가므로 자원 문제도 가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계의 이러한 움직임 덕분에 리튬 이온 전지 전문업체인 LG화학(現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지산업계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PEVE12: Panasonic Electric Vehicle Energy의 약자이다.
4.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
1999년 LG화학이 전기자동차의 목표 전지를 정할 때, 전지산업계는 파우치 전지를 전기자동차에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상관이 없으나, 10년 이상의 수명을 요구하는 전기자동차에는 견고성 측면에서 불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파우치 전지는 진공 실링으로 밀봉한다. 파우치 필름에 열과 압력을 가하면 접착제 층이 녹으면서 알루미늄박이 붙는다. 당시 접착제로 붙인 것이 10년 이상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전기자동차에는 파우치 전지의 젤리롤을 알루미늄캔에 넣어 레이저 용접으로 밀봉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그림 1-11])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LG화학은 1999년 12월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를 전기자동차의 목표 전지로 정한다.
중국은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LG화학은 2002년 현대 자동차와 공동 연구를 하면서 파우치 전지로 목표 전지를 바꾼다. 1999년에 수립한 개발 계획에 의하면, 1단계로 파우치 전지를 사용하여 전극을 개발하고, 2단계로 금속캔에 넣고 레이저 용접으로 밀봉하여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를 완성하게 되어 있었다. 2002년 현대자동차와 공동 연구를 할 때에는 1단계 연구를 겨우 마친 상태였고, 이 상황에서 2단계 연구로 진입한다면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공동 연구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LG화학은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2단계 연구를 생략하면서 목표 전지를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에서 파우치 전지로 바꾼다.
고난도 기술인 각형 와인딩 기술이 약했던 중국은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가 기술 수준에 딱 맞는 전지였다. 중국은 더 나아가 금속캔을 플라스틱캔으로 교체한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도 만들었다. [그림 1-12]는 중국에서 제조한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이다. 이 전지는 100Ah 이상의 대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는 전형적인 중국 전지라고 할 수 있다. 단점이 많아 다른 나라에서는 만들지 않는다. 열발산이 잘 이뤄지지 않아 1C 이상으로 방전하면 전지 온도가 40℃ 이상으로 올라간다.
플라스틱캔은 금속캔과는 달리 온도 측정이 어렵다. 전지 온도는 BMS에서 중요한 정보이므로 온도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정교한 BMS를 설계할 수 없다. 리튬 이온 전지는 충·방전이 진행되면서 용량 편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충전 시 전지 밸런싱을 한다. 이는 용량이 높은 전지를 강제 방전시켜 전지 용량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으로, BMS의 핵심 기능이다.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는 SOC(State of Charge) 측정이 어려워 전지 밸런싱을 하지 못한다. 충전 시 가장 높은 전압의 전지 기준으로 충전을 종료하고, 방전 시에는 가장 낮은 전압의 전지를 기준으로 방전을 종료한다. 이렇게 조잡한 전지임에도, 중국은 한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다. ESS는 물론이고 골프 카트에도 중국산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를 만드는 회사로는 중국의 Winston, Calb, Sinopoly가 있다.
미국 동부에 IB(International Battery)라는 전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중국 Thundersky(現 Winston)의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로 배터리팩을 만들어 미 육군에 공급하는 사업을 했는데, 중국에서 공급하는 전지의 용량 편차가 너무 커서 불량이 속출하자 자체적으로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를 만들기로 한다. IB는 2007년 Thundersky에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 기술 이전을 요구한다. Thundersky는 본인들에게 기술 이전을 위한 자료 작성 능력이 없으므로 미국에서 기술자를 보내 상주하면서 기술을 가져가라고 한다. IB는 결국 젊은 기술자 1명을 보낸다. Thundersky가 있는 곳은 야생 동물을 먹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IB에서 보낸 미국 기술자는 Thundersky에 상주하면서 그들의 식생활에 충격을 받는다. 식생활에 대한 충격이 정신 질환으로 발전하자, 귀국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 기술 도입의 1차 시도는 이렇게 실패로 끝난다. IB는 다시 먹성 좋은 기술자를 뽑아 중국에 보낸다. 기술 자료를 작성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지만, 미국에서 전지 공장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확보했다.
2008년 미국에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 공장이 건설됐다. IB 기술을 탐내고 있던 효성은 미국에 건설된 전지 공장을 찾아간다. 2008년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그린 경제로 전기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었고, 효성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2008년의 그린 경제는 창조 경제를 거쳐 2019년 수소 경제까지 연결된다. 효성은 그린 경제를 이끄는 전경련 회장이 되자 IMF 금융 위기로 포기했던 전지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전지 사업 진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도 효성의 검토 대상이었다. IB가 건설한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 공장은 놀랄 정도로 초라했다. 드라이룸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보다 고급 장비를 설치했는데도 투자비는 70억 원이 안 됐다. 소형 리튬 이온 전지 공장이 450억 원, 전기자동차용 전지 공장이 1,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효성과 IB의 기술 이전 협의는 무산된다. IB가 Thundersky기술을 이용하여 건설한 공장은 골프 카트용 전지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효성의 눈높이는 전기자동차용 전지였다. 효성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LG화학, 삼성SDI와 경쟁하기를 원했다.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는 전기자동차와 같은 고급 시장에는 들어갈 수 없는 저급 전지이지만 중국인의 창의력이 빛나는 훌륭한 발명품이다.
핵심 질문으로 이론 마무리 |
Q1 건전지와 알칼리-망간 전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 아연 음극과 이산화망간 양극을 사용하는 전지로 전압이 1.5V이다. 차이점은 전해액이 다르다는 것이다. 건전지는 전해액으로 염화암모늄과 염화아연을 섞은 수용액이 사용되며, CMC로 액체 전해액을 겔로 만든다. 알칼리-망간 전지는 전해액으로 알칼리 용액인 KOH 수용액을 사용하며, KOH 수용액은 전해액 중에서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다. |
Q2 납축전지의 전해액이 전지 반응에 관여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나온 전지는 무엇인가? → 전해액이 전지 반응에 관여한다는 것은 충・방전이 진행되면서 전해액의 농도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도의 변화는 비중의 변화로 나타나 전해액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성능 열화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전해액 분리를 막기 위해 유리 섬유 분리막을 사용하여 전해액 분리에 의한 성능 열화를 막은 새로운 납축전지를 개발했고, 이것을 AGM 납축전지라고 한다. |
Q3 전동 지게차에서 납축전지가 리튬 이온 전지보다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 납축전지는 무거운 전지 중 하나이므로, 전동 지게차에서 무게 중심 역할을 하며, 가격도 싸다. 가벼운 전지인 리튬 이온 전지를 사용하면, 무겁게 하기 위해 납덩어리를 더 넣어줘야 한다. |
Q4 비상 전원인 UPS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며, UPS에서 만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방식의 충전을 하는가? → UPS는 비상 상황에서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는 신뢰성이 중요하다. 역사가 가장 긴 납축전지가 신뢰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아 UPS의 주력 전지가 되었다. UPS는 항상 만충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세류 충전(trickle charging)을 한다. 이는 전지의 자가 방전율과 동일한 속도로 충전하는 충전 방식이다. |
Q5 1960년 Sanyo는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소형 니카드전지를 개발했으며, Sanyo의 역사적인 발명으로 2차전지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 Sanyo는 과충전 방지 기구인 산소 재결합 기구(oxygen recombination mechanism)를 이용하여 밀폐형 소형 니카드전지를 개발했다. 과충전 시 양극에서 발생한 산소가 음극에 흡수되어, 과충전을 방지하면서 가스 발생을 막는 것이산소 재결합 기구이다. 소형 니카드전지의 개발로 2차전지 시장은 산업용에서 휴대 전자기기용으로 팽창하게 되었다. |
Q6 니카드전지의 어떤 물질이 질병을 일으키며, 이를 막기 위하여 개발된 전지는 무엇인가? → 니카드전지의 음극에 사용하는 카드뮴 금속이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카드뮴 음극을 수소저장합금으로 교체한 니켈 수소 전지가 개발되었다. |
Q7 삼성SDI가 5세대 전지로 채용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는 어떤 전지인가? → 파우치 전지의 대안인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는 파우치 전지의 젤리롤을 알루미늄캔에 넣고 레이저 용접으로 밀봉한 전지이다. 파우치 전지는 진공 실링으로 밀봉하는데, 파우치 필름에 열과 압력을 가하면 접착제 층이 녹으면서 알루미늄박이 붙는다. 1999년 전기자동차가 10년 이상의 수명을 요구하기에, 전지 산업계는 접착제로 붙인 파우치 전지가 10년 이상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를 개발하였다. |
Q8 중국에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의 금속캔을 플라스틱캔으로 교체한 전지를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라고 한다. 이 전지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주요 제조 업체는 어디인가? →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의 장점은 100Ah 이상의 대용량 구현이 가능하고, 저가라는 것이다. 단점은 열발산이 잘 이뤄지지 않아 1C 이상으로 방전하면 전지 온도가 40℃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캔이 금속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온도 측정이 어렵고, 전지 온도 정보가 없으므로 정교한 BMS를 설계할 수 없다. 플라스틱캔 각형 전지를 만드는 주요 업체에는 중국의 Winston(舊 Thundersky), Calb, Sinopoly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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